불꽃 같은 청춘, 박열이라는 인물
안녕하세요. 오늘은 2017년에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이 작품은 실존 인물인 박열이라는 청년 아나키스트의 삶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1923년, 관동대지진 직후 조선을 희생양 삼으려던 일본 정부의 조작 사건에 정면으로 맞선 인물, 박열.
그는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은 인물로, 영화는 그의 불굴의 정신과 함께 당시 시대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박열은 일본 유학생 신분으로 도쿄에 머물면서 아나키스트 단체를 조직하고, 일제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가 일본 황태자 폭살 계획을 꾸몄다는 혐의로 체포되며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는데요.
영화는 이 과정을 단순한 사건 중심이 아니라, 박열이라는 한 인물의 정신과 의지, 그리고 그의 연인 가네코 후미코와의 독특한 관계를 통해 더욱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역사적 인물에서 벗어나, 시대의 거센 억압 속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낸 인간 박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대 위의 연극처럼, 스타일리시한 연출
이 영화가 단순한 전기영화에 머무르지 않고,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그 연출 방식에 있습니다.
감독은 박열의 이야기를 마치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한 편의 연극처럼 구성해냈습니다.
조선인과 일본인의 법정 대결을 중심으로 한 주요 장면에서는 긴장감과 동시에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녹아들어 있어, 관객에게 웃음과 분노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특히 박열 역의 이제훈 배우는 그 특유의 단단한 눈빛과 말투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가네코 후미코를 연기한 최희서 배우의 연기도 압권인데요, 단순한 연인의 위치를 넘어서, 자신만의 사상과 세계관을 가진 인물로 표현되어 박열과의 관계가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세트, 조명, 편집 역시 당시 시대를 재현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잃지 않고 있어, 역사물이라는 장르에 진입 장벽을 느끼는 관객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는 영화입니다.
시대극의 무게감보다는 청춘 영화의 에너지에 가까운 템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유
『박열』은 단순히 과거의 한 인물을 소개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시대의 억압 속에서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지키고자 한 한 인간의 목소리를, 그리고 그 목소리를 둘러싼 사회적 시스템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우리는 종종 영웅적인 인물들만을 기억하려고 하지만, 박열은 스스로를 영웅으로 만들지 않으려 했던 ‘평범한 저항자’였다는 점에서 더 큰 울림을 줍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지금의 우리는 얼마나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됩니다. 박열의 말과 행동, 그리고 그를 지지한 가네코 후미코의 모습은 단지 사랑 이야기로만 그쳐선 안 될, 이 시대에 필요한 사유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호소하기보다는 차분하고 단단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영화는, 학생부터 성인까지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역사 속 이름 없는 저항자들의 목소리를 되살리는 일, 『박열』은 그 시작점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 작품입니다.